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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네 마리로도 부족…입주사 ‘저주’ 언제 풀릴까
외환위기로 한국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2001년 STX그룹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한 STX그룹은 (주)STX를 지주회사로 하면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STX팬오션 등을 계열사로 두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STX그룹은 불과 12년에 해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서울역 앞 서향(西向) 빌딩에 입주한 기업은 망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로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갑을그룹은 1998년 7월 주력인 (주)갑을과 갑을방적이 워크아웃에 들어서면서 그룹이 해체됐고, 용산역 앞 코끼리 모양 사옥으로 유명했던 한일그룹도 1998년 6월과 9월에 각각 한일합섬과 국제상사가 부도를 내면서 같은 길을 걸었다.
또한 서울역 앞 붉은색 건물로 위용을 자랑했던 대우그룹도 1999년 해체됐고, 인근인 게이트웨이타워를 사옥으로 사용하던 벽산건설도 2014년 4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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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빌딩(좌)벽산빌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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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2013년 6월 수백억원대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252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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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은 2013년 9월 동자4구역을 재개발해 신축한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에 입주하며, 여분의 공간을 산업은행 계열사인 KDB생명에 임대주길 희망했다. 하지만 ‘괴담’이 문제였다.
동부건설은 풍수지리학자에게 문의한 결과 건물이 위치한 곳이 백호(白虎) 기운이 강해 이를 누를 수 있도록 현관 앞에 비보(裨補·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로 코끼리상(像)을 설치했다.
KDB생명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입주를 했지만 안심이 안 되었던지 동부건설이 설치한 코끼리보다 더 큰 코끼리 한 마리를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터가 너무 강해서인지 동부건설은 2014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16년 6월 키시톤PE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한 뒤 3000억원을 증자하며 이름을 KDB생명으로 바꿨다. 산업은행은 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벌써 3번이나 실패했다. 이러는 사이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에 놓인 코끼리는 새끼를 치듯 4마리로 불어났다.
과연 몇 마리의 코끼리를 더 가져다 놓아야 ‘저주’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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