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를 믿을 수 있을까

G90 서울~부안 왕복 250㎞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달려
속도·방향 제어, 앞차와 간격 유지 등 기술 발전 눈부셔
100% 신뢰 못해 고속주행차 탑승은 극한 체험일 수도
이수룡 기자 2020-05-25 14:52:08

20여년 전 미국 서부여행을 할 때 처음으로 자동차에 크루즈(cruse)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렌트한 차량은 3000㏄ 뷰익. 국내 차량에는 이런 기능이 없어 처음에서는 사용하기가 낯설었다. 하지만 크루즈 기능이 장거리 여행에는 필수적이란 사실을 자동차를 운전하고 바로 깨달았다. 여행 구간은 LA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그랜드 캐니언과 요세미티공원 등이었는데, 목적지간 거리가 멀어 자동차를 하루에 많게는 1000㎞ 이상을 운전해야 했다.

미국 서부는 광활한 평야와 사막지대가 있어 자동차를 몇 시간 운전해도 마을 구경하기가 어렵고, 길에 다니는 차량도 극히 적었다. 보이는 건 오직 지평선과 검은 색 아스팔트가 쭉 펴진 똑같은 광경이었다. 그러니 1~2시간만 고속주행해도 피곤이 밀려왔다. 더욱이 자외선은 어찌나 강한지 눈이 혹사당한다는 느낌이었다.

뷰익 크루즈 기능은 지금의 자동주행기술 레벨0과 레벨1 사이 기술인데, 자동차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크루즈 컨트롤만 있어 운전과 제어 등은 운전자가 해야 한다. 그래도 당시에는 대단한 기술이라고 여겼다. 하루에 수백㎞를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기를 밟지 않고 오른발이 자유롭다는 사실에 감사를 느낄 정도였다.

그 후로 20여년이 흐름 요즘,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면서 현대자동차도 자동차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이를 피할 수도 있으며, 길이 막힌 경우 우회도 할 수 있어 운전자의 개입은 더욱 줄어든 레벨3(조건부자동화)를 개발했지만, 현재는 고속도로에서 반자동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2를 상용화하고 있다.

▲현대차 G90 5.0은 고속도로에서 레벨2 반자동 자율주행이 가능한 HDA를 탑재하고 있다. G90은 운전자가 일정 시간 운전대에서 놓을 놓고도 달릴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했다.

토요일인 23일 G90 5.0을 몰고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톨게이트~부안IC 간 왕복 250㎞를 달려봤다. 현대차의 레벨2 기술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초기 G80에 적용된 기술은 자동차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에 맞춰 차량이 달리지만 운전자가 핸들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G90에 적용된 HDA는 운전자가 핸들을 일정 시간 놓을 수 있도록 발전했다.

G90 HDA기술은 생각한 것보다 괜찮았다.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줄여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했고, 차량 정체 구간에서도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여줬다. 운전자 손이 핸들에서 떨어지면 2~3분 정도 지나 ‘핸들을 잡으십시오’라는 경고문이 뜨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삐삐’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이때 핸들을 살짝 움직여준 뒤 손을 떼어도 문제가 없었다.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노래 선곡이나 에어컨 조작 등을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량을 HDA로 유지하는 동안 ‘차량이 정상적으로 차로 가운데를 달리는 것일까’라며 끊임없이 사이드미러를 쳐다보았고, 차량이 코너를 돌때는 차로 이탈을 염려해 긴장을 해야 했다. 특히 트럭 등 대형 차량이 옆으로 지나갈 때에는 차량 간격이 너무 좁아 추돌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떨어야했다.

G90을 운전해 왕복 4시간을 달리고 난 뒤 느낀 점은 극도의 피곤함이다. 차량이 스스로 운전을 해서 몸이 편한 것 같았지만 차량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의심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더욱 피곤함을 느꼈다. 사실 시속 100㎞이상의 속도를 내는 자율주행차량을 탄다는 것은 극한 체험일 수 있다. 놀이공원의 롤로코스트 타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조만간 사람 없이도 자동차가 움직이는 레벨5 기술이 선보일 것이다. 운전자가 아니라 탑승자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운전자들이 고속주행 차량을 100% 신뢰하면서 탈지는 의문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안전한지, 기계가 운전하는 것이 안전한지에 관한 논쟁은 그래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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