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구속 호재에도 삼성 주가 맥 못춰

시장에선 불구속 예상으로 주가 상승 제한적
이수룡 기자 2020-06-09 16:40:33

시장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불구속 사실을 미리 안 것일까?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15시간에 걸친 검토 끝에 9일 오전 2시쯤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자 주식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치솟았다.

하지만 오전 9시 주식시장이 열리자 삼성그룹 주가는 맥을 못 추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주춧돌 역할을 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날보다 1만2000원(1.81%) 오른 67만6000원에 그쳤고, 삼성SDI가 8000원(2.13%) 상승한 38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등락을 거듭하다 600원(1.09%) 오른 5만550원을 기록했다. 그밖에 삼성물산(11만2500원, -0.88%)과 삼성중공업(6790원, -2.86%)이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는 이 부회장 불구속이라는 ‘빅 호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는 예다.

사실 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부정거래·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불구속을 예상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가 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 총수를 다시 감옥으로 보내기에는 검찰이나 법원의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는 평가였다.

더욱이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구속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이 부회장이 3대 승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무노조 경영도 포기했다. 삼성항공에서 노조를 만들려다 부당해고당한 김용희씨가 삼성사옥 맞은편인 강남역 철탑에 오른 지 355만에 삼성과 합의 후 내려오기도 했다.

삼성은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인 7일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의 주역이 되어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에 위기를 맞으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삼성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일부 종편과 신문에서는 영장실질심사 며칠 전부터 ‘이 부회장 구속=삼성 위기=한국 경제 위기’라는 프레임으로 위기감을 조장하며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법원의 이 부회장 불구속 결정은 검찰도 예견한 듯하다. 검찰은 법원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통 검찰은 영장이 기각되면 강력 반발하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이전의 야수 같은 검찰 모습이 아닌 순한 양 같은 모습이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이 부회장과 삼성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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