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의 ‘재벌’…재제에도 일감 몰아주기 여전

이경아 기자 2020-05-22 02:55:56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회사내부거래 비중 2014년 7조9000억→2017년 14조원으로 2배 상승
재벌 사익편취 규제 실효성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 목소리 높아

정부의 재제 방침에도 재벌들의 사익 편취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재 방침을 밝히자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재벌들의 사익편취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2014년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지속되자 정부는 2014년 2월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기업에 대해 정상 거래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규제가 시행되자 일시적으로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감소하다 증가 추세로 전환되었다. 실제로 2013년 15.7%(160개사)였던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11.4%(159개사)로 낮아졌지만 2017년 14.1%(203개사)로 증가했다. 내부거래 규모도 2013년 12조4000억원에서 2014년 7조9000억원까지 줄었다가 2017년 14조원으로 뛰었다.

5년 연속 규제 대상에 포함된 56개사도 같았다. 2013년 내부거래가 4조원(13.4%)에서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3조4000억원(11.6%)으로 떨어졌다 2015년 4조1000억원(13.1%), 2016년 5조8000억원(13.3%), 2017년 6조9000억원(14.6%)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보다 ‘살짝’ 낮은 ‘규제 사각지대’ 회사들이 문제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인 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 규모가 2014년 3조3000억원(20.5%)에서 2017년 3조2000억원(21.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비상장사의 경우도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비교시 내부거래 비중이 작지만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2.9~3.9배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도입된 뒤 지분율 하락 등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회사 중 계열사로 남아있던 8개사는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제외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8개 회사는 이노션·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현대자동차), SK디앤디·에이앤티에스(SK), 싸이버스카이(한진), 영풍문고(영풍)다.

공정위는 “상장사에서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통제장치가 작동하기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자회사의 경우도 모회사의 총수일가 주주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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